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고통을 없애기 위해, 울며 저항하시는 주님!

 

지금, 여기, 예수님의 이름으로 모인 저희에게, 복을 내리시며 지켜주시고, 웃으시며 귀엽게 보아주시고, 고이 보시어 평화주시기를 바랍니다.

 

수많은 유혹과 욕망 가운데 시달리는 저희들의 마음 한 편에는, 내 욕심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주님이 기뻐하시는 삶을 살고 싶고, 예수님을 본받아 마땅히 있어야 할 곳에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싶은 생각도 분명히 있습니다. 치열한 고민과 싸움 가운데 주님이 오셔서 저희들의 착한 마음을 응원해주시길 바랍니다. 주님이 원하시는 삶을 살기 위해 저희들이 신앙을 훈련하고 있습니다. 행여 마음에 생채기가 나지 않고 즐거이 신앙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저희들이 곧 겨울수련회를 떠납니다. 사실 저희에게는 수련회에 가기 어렵고 부담스러운 이유가 많습니다. 이것은 핑계가 아니라 저희가 처한 분명한 현실입니다. 그러나 주님, 수련회가 참 좋은 것도 사실입니다. 오랜만에 청년들과 함께 지내며, 함께 먹고 마시고, 함께 신앙을 훈련하는 그야말로 귀한 자리입니다. 아무쪼록 저희들이 많이 수련회에 갈 수 있게 해주시고, 그래서 저희의 신앙과 삶이 조금이라도 진보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요즘 교회는 많은 욕을 먹고 있고, 그보다 슬픈 것은 더 많은 무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기대하시는 교회의 모습, 그리고 저희가 갈망하는 교회의 모습이 지금과는 많이 다르겠지요? 교회가 진정 따뜻한 곳이 되어 사람들을 진심으로 섬기는 곳이 되게 해주세요.

 

이제 몇 십일이 지나면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있습니다. 늘 그 나물에 그 밥 같아보여도, 개중에서 싱싱한 반찬 같고 상하지 않은 밥 같은 사람을 선택하게 해주세요. 저희마저 정치를 경멸하고 외면해버린다면, 하느님이 누구를 통해 정치를 바꾸시겠습니까? 아울러 한 가지 더 바라마지 않는 것은, 오로지 표만 얻기 위해 승냥이처럼 교회를 서성이며 드나드는 어떤 사람들은, 그 진심에 걸맞는 결과를 얻게 해주세요.

 

이 나라의 지도자들에게 가난한 사람들을 두려워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심어주세요. 정의화 국회의장님, 양승태 대법원장님, 박근혜 대통령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이 나라의 입법, 사법, 행정을 책임지는 분들입니다. 이들이 때로는 서로 견제하고, 때로는 서로 존중하면서 이 나라를 함께 잘 이끌어 가서,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는, 주권은 돈과 힘이 아니라 사람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사람에게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의 지엄한 가치가 훼손되지 않게 해주세요.

 

그 숱한 사람들! 지금도 고시원에서 엄습하는 죽음을 고독하게 받아들이는 어떤 이, 폐지를 줍기 위해 대로변으로 뛰어드는 할머니-할아버지, 빛나야할 청춘에 빚에 허덕이며 사랑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청년들, 해고된 노동자, 매 맞는 어린이, 때리는 어버이들, 알코올 중독자, 신체적 능력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는 사람들, 취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모욕 받아 끝내 천장에 줄을 건 어떤 사람,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보낸 이들, 깊은 바다 속에 가족들을 남겨놓은 사람들...

 

이들이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일 뿐만 아니라, 하느님 나라의 주인공임을 저희는 믿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오늘날 교회가, 최소한 자전거보다는 나은 발명품이 되게 해주세요.

 

갈릴래아 시골 마을 평범한 청년에서 마침내 하느님으로 고백되신,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2016년 2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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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작성한 것이 아니라

벗님들에게 한 마디, 한 문장 씩 받아서 준비한


대.표.기.도